결혼식 들러리 부탁, 거절하면 나쁜 친구일까?
나는 26세 남성. 15년지기 절친이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나를 포함해 6명의 남자친구들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끈끈하게 함께 지내왔다. 이번 결혼식에서 그는 우리 6명 모두에게 들러리 역할 로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나는 거절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단, 내성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번잡한 행사나 형식적인 역할은 스트레스 그 자체다. 나는 그저 결혼식 본식과 애프터 파티에는 참석하고 싶지만, 연습식, 사진촬영, 리허설 등 사전 준비 행사까지 감당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 거절이 '의외의 폭풍'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
예비 신부는 자신의 6명의 들러리와 숫자가 맞지 않게 된 것에 격분했고, 내 친구는 나의 거절을 ‘개인적인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그 이후 나는 몇몇 공통 친구들과 예비 신부 쪽에서까지 ‘재고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심지어 내 친구는 분노에 못 이겨 “그럼 그냥 결혼식에도 오지 마”라고 선언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을까?
사실 들러리 요청은 의무가 아닌 호의다. 친구를 축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모두가 번쩍이는 정장 입고 줄지어 걷는 역할을 해야만 진심인 건 아닐 것이다. 나는 나름대로 ‘내 방식’으로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고 싶었다. 본식 당일 멋진 축하 인사를 하고, 진심 어린 선물과 말로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의 거절이 ‘결혼을 반대하는 태도’로 해석되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는 '들러리 거절 = 결혼에 대한 무례'로 받아들여졌고, 감정이 커지며 결국 나는 축의금, 참석 여부까지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결혼식은 ‘본인들의 날’일까, ‘모두의 날’일까?
현대 결혼식 문화는 점점 더 퍼포먼스와 연출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객의 복장, 들러리 숫자, 사진 구성, 리허설 참여까지, 결혼 당사자들의 ‘하루’가 다른 사람의 ‘수주 일정’을 좌우하기도 한다. 축하의 자리가 점점 ‘사회적 압력의 장’이 되어가는 것이다.
나의 생각
사람마다 축하의 방식은 다릅니다. 진심은 꼭 겉으로 드러나는 ‘역할 수행’으로만 표현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해주는 것이야말로 오래가는 우정이 아닐까요?
당신이라면 어땠을 것 같나요? 들러리 요청을 거절하는 친구에게 실망했을까요, 아니면 그의 선택을 존중했을까요?